기술이전(License-out) 계약의 로열티 산정: 어떻게 숫자를 정하는가

에이비엘바이오가 2025년 한 해 동안 GSK,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 총액은 8조 원을 넘는다. 그런데 이 숫자에서 실제로 계약 즉시 현금으로 들어온 선급금(Upfront)은 약 1,325억 원 — 전체의 1.6% 수준이다. 나머지는 임상 단계별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모두 조건부다.

이 구조가 기술이전 계약의 본질을 보여준다. 계약 총액이라는 숫자는 화려하지만, 실질 수익은 로열티와 마일스톤이 실현되는 시점에 결정된다. 그리고 그 숫자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협상의 핵심이다.

특허변호사나 기술이전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이것이다. “로열티를 얼마로 해야 하나요?” 이 글에서는 로열티 산정에 쓰이는 주요 방법론 세 가지 — 25% 룰, 비교 라이선스 방식(Comparable License), 손실이익 접근법 — 와 K-바이오 기술이전 딜의 실제 구조를 정리한다.

기술이전 계약의 보상 구조 먼저 이해하기

로열티 산정에 들어가기 전에, 기술이전 계약에서 금전 보상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 선급금 (Upfront Payment / Milestone): 계약 체결과 동시에 또는 단기 조건 충족 시 지급되는 금액이다. 기술 제공자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수익이다. 조건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오 딜에서 선급금 비중은 통상 전체 계약 규모의 1~10% 수준이다.
  • 개발 마일스톤 (Development Milestone): 임상 1상, 2상, 3상 진입, FDA·EMA 허가 신청, 최종 허가 등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지급되는 금액이다. 임상이 실패하거나 파트너사가 개발을 중단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바이오 계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실현 불확실성도 높다.
  • 판매 로열티 (Sales Royalty): 상업화 이후 제품 순매출(Net Sales)의 일정 비율을 매 분기 또는 매년 수령하는 구조다. 신약이 시장에서 성공할수록 수익이 커진다. 제약 바이오 업종에서 경상 로열티율은 통상 순매출의 5~15% 수준에서 형성된다.

이 세 가지 보상 요소 중 로열티율 협상이 가장 복잡하고 이견이 크게 생기는 부분이다.

방법론 1: 25% 룰 (25% Rule)

개념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쓰이는 경험칙이다. 기술 라이선스 로열티를 산정할 때 기술도입자가 사업화를 통해 창출하는 영업이익의 25%를 기술 제공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논리는 이렇다. 신제품 개발은 ① 기술 개발, ② 제품화, ③ 생산, ④ 판매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 기술 제공자는 첫 번째 단계인 기술 개발에 기여한다. 나머지 세 단계는 기술도입자가 자본과 설비, 영업력을 투입해 수행한다. 따라서 기여도를 1:3으로 보아 수익을 25:75로 분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조세금융신문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10% 내외라는 점과 실제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율이 일반적으로 2.5~5% 사이에서 많이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5% 룰은 꽤나 설득력 있는 기술료 분배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계산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경상 로열티율 ≈ 영업이익률 × 25%

예시: 영업이익률 20%인 제품 → 로열티율 ≈ 5%
     영업이익률 10%인 제품 → 로열티율 ≈ 2.5%

25% 룰의 한계

25% 룰은 협상의 출발점을 빠르게 잡아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기술의 완성도와 독점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전임상 단계 물질과 임상 2상을 통과한 물질의 기술 가치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25% 룰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둘째, 기술의 제품 내 기여도를 무시한다. 최종 제품 성능에서 이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5%인지 95%인지에 따라 로열티율이 달라져야 한다.

셋째, 미국 법원에서 이미 25% 룰의 적용에 제동이 걸렸다. 2011년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Uniloc v. Microsoft 판결에서 법원은 “25% 룰을 특허 침해 소송에서 합리적 로열티 산정의 출발점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는 쓸 수 없게 됐지만, 계약 협상의 초기 기준점으로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방법론 2: 비교 라이선스 방식 (Comparable License Method)

개념

유사한 기술이 과거에 어떤 조건으로 거래됐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다. 기업가치평가 방법 중 PTA(유사거래 비교법)와 논리 구조가 같다. ‘유사한 기술은 유사한 조건에 거래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어떤 데이터를 보는가

특허 라이선스 거래 데이터는 대부분 비공개이기 때문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 소스는 제한적이다. 실무에서 주로 활용하는 소스는 다음과 같다.

  • 소송 판결·화해 데이터: 특허 침해 소송이 합의로 종결될 때 합의 조건의 일부가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 연방법원 판결문은 로열티 데이터의 주요 출처다.
  • 상장사 공시: 코스닥·나스닥 상장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계약 공시에는 계약 총액, 선급금, 마일스톤 구조가 포함된다. K-바이오 딜의 경우 국내 공시 시스템(DART)에서 확인 가능하다.
  • 로열티 데이터베이스: RoyaltySource, ktMINE 등의 상업용 DB가 있으나 고가의 구독료가 필요하다.
  • 학술 연구 및 업계 보고서: AUTM(기술이전협회), PwC, EY 등의 업종별 로열티 통계.

K-바이오 딜에서 보이는 패턴

전문가들은 “전체 기술이전 규모에서 계약금을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야 한다”며 “바이오텍 입장에서 선급금을 얼마나 받는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바이오 공시 데이터를 분석하면 선급금 비중에서 뚜렷한 패턴이 나타난다.

계약 총액선급금선급금 비중
에이비엘바이오 × 사노피 (ABL301, 2022)1조 3,695억 원~970억 원~7%
에이비엘바이오 × GSK (그랩바디-B, 2025.4)4조 1,000억 원~1,481억 원~3.6%
에이비엘바이오 × 릴리 (그랩바디-B, 2025.11)3조 7,487억 원~585억 원~1.6%
코오롱생명과학 × 주니퍼 테라퓨틱스 (2024)7,200억 원~150억 원~2%
보로노이 × METiS Therapeutics (2024)6,680억 원~24억 원~0.35%

더벨 분석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전체 계약 규모 10조 원 가운데 약 3%만 현금화했으며, 이는 K-바이오 기술이전의 구조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데이터가 비교 라이선스 방식에서 갖는 의미는 이렇다. 신규 계약을 협상할 때 “유사한 플랫폼 기술이 임상 전 단계에서 3~7% 선급금 비중으로 거래됐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무리하게 낮은 선급금을 제시하면, 공시된 유사 딜 데이터로 협상 근거를 마련한다.

비교 대상 선정 시 주의사항

비교 라이선스 방식의 핵심은 얼마나 유사한 거래를 찾느냐다. 기술의 성격(플랫폼 vs. 단일 파이프라인), 적응증, 임상 단계, 독점성 여부, 지역 범위가 모두 일치해야 의미 있는 비교가 된다. 플랫폼 기술(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처럼 복수의 적응증에 적용 가능한 기술)은 단일 후보물질보다 훨씬 높은 총액이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비교하면 로열티가 과대 또는 과소 산정된다.

방법론 3: 손실이익 접근법 (Lost Profits / Income Approach)

개념

기술 제공자가 해당 기술을 직접 사용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을 이익 — 즉, 기술 제공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익접근법(Income Approach)의 한 유형으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된다.

계산 구조는 다음과 같다.

손실이익 = (침해 기간 중 예상 매출 × 기여 이익률) - 실제 수령한 로열티

기여 이익률은 해당 기술이 제품 전체 이익 중 얼마만큼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 분석의 핵심이며, 전문 감정인(Expert Witness)의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무에서의 활용

손실이익 접근법은 세 가지 상황에서 주로 쓰인다.

① 특허 침해 소송에서 손해배상 산정: 침해자가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이익을 얻었을 때, 특허권자가 입은 손실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국내 특허법 제128조에서도 손실이익을 손해배상 산정의 기준으로 인정한다.

② 기술가치평가 시 수익접근법: 특정 기술이 향후 창출할 수익의 현재가치(NPV 또는 rNPV)를 기준으로 기술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으로, 바이오·제약 딜에서 rNPV(위험조정 순현재가치)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③ 계약 종료 또는 기술 반환 시 정산: 기술이전 계약이 파트너사의 임의 결정으로 중단될 때, 기술 제공자가 수령하지 못한 미래 마일스톤에 대한 보상액 산정 근거로 활용된다. 2025년 사노피가 에이비엘바이오의 ABL301 파이프라인을 우선순위 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사례처럼, 파트너사의 전략 변경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단계에서 이 조항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 방법론의 비교와 실무 선택 기준

구분25% 룰비교 라이선스손실이익 접근법
산정 기준영업이익의 25%유사 거래 배수기회비용·미래 수익 NPV
주요 활용초기 협상 출발점계약 협상 근거소송·계약 종료 정산
데이터 의존도낮음높음 (비공개 데이터)높음 (재무 예측)
장점단순·직관적시장 검증된 수치기술 개별 특성 반영
단점기술 특성 미반영비교 대상 찾기 어려움주관성·불확실성 높음
소송 적용미국은 불가(2011년)제한적주요 산정 방법

실무에서는 세 가지 방법을 단독으로 쓰지 않는다. 25% 룰로 초기 범위를 설정하고, 비교 라이선스 데이터로 시장 검증을 하고, 기술의 특수성을 수익접근법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어느 방법으로 계산해도 수렴하는 구간을 찾는 것이 목표다.

로열티 협상에서 추가로 고려해야 할 변수

로열티율 산정은 방법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계약 조건 전체가 로열티율과 맞물려 협상된다.

독점 vs. 비독점: 독점 실시권(Exclusive License)은 라이선시가 해당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로열티율이 높고, 비독점 실시권(Non-exclusive License)은 복수의 라이선시에게 권리를 줄 수 있어 개별 로열티율이 낮아진다.

지역 범위: 전 세계(Worldwide) 라이선스와 특정 국가 한정 라이선스는 로열티 구조가 다르다. K-바이오 기술이전에서 글로벌 권리를 통째로 넘기는 경우와 아시아 권리만 넘기는 경우 총 계약 규모 차이가 크다.

기술의 개발 단계: 기술이전 계약 시점에서 기술의 완성 정도가 랩 실험 단계라면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기술 제공자의 기여도는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임상 2상 이후 효능이 검증된 물질이라면 기술 제공자의 협상력이 크게 높아진다.

Net Sales 정의: 경상 로열티는 순매출(Net Sales)의 일정 비율로 계산되는데, 순매출의 정의(총 매출에서 무엇을 공제하는지)가 계약서에 따라 다르다. 반품, 할인, 유통 수수료, 세금을 어디까지 공제하느냐에 따라 실제 로열티 기준이 되는 금액이 달라진다. 이 정의를 세밀하게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며

“로열티를 얼마로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방법론은 협상의 도구이지 답을 주는 공식이 아니다. 25% 룰은 빠른 출발점을 제공하고, 비교 라이선스는 시장 현실을 반영하며, 손실이익 접근법은 기술의 개별 가치를 포착한다.

K-바이오 기술이전 딜이 연간 20조 원을 넘어서는 시대가 됐다. 이 숫자가 실제 기업 가치로 연결되려면 선급금 비중, 마일스톤 달성 조건, 로열티율 설계가 모두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화려한 계약 총액 뒤에 숨겨진 구조를 읽는 능력 — 그것이 기술이전 계약에서 실질적인 협상력을 만드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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