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텀시트(Term Sheet) 핵심 조항 : VC가 꼭 넣는 조건들

VC로부터 텀시트를 받은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밸류에이션 숫자만 보고 나머지 조항은 “법무팀이 알아서 처리하겠지”라며 넘기는 것이다. 그러다 본계약 검토 단계에서, 혹은 수년 뒤 Exit 시점에서야 특정 조항이 어떤 의미였는지 뒤늦게 깨닫는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텀시트는 실리콘밸리 관행에서 유래했지만, 한국 특유의 조항들이 섞여 있다. 리픽싱(Refixing), 상환전환우선주(RCPS), 창업자 연대보증 요구처럼 국내에서만 흔히 등장하는 조건들이다. 이걸 모르고 미국 기준으로만 텀시트를 읽으면 놓치는 함정이 생긴다.

텀시트는 통상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이후 체결되는 투자계약서·주주간계약의 기초가 된다. 텀시트에서 대충 넘어간 조항은 본계약에서도 그대로 굳어진다. 이 글에서는 VC가 텀시트에 반드시 넣는 핵심 조항들을, 국내 실무 맥락을 포함해 창업자 관점으로 정리한다.


1. 투자 전 기업가치 (Pre-money Valuation)

텀시트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숫자다.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ation)에 투자금액을 더한 것이 투자 후 기업가치(Post-money Valuation)가 된다.

지분율 계산 공식:

투자자 지분율 = 투자금액 ÷ Post-money Valuation
Post-money Valuation = Pre-money Valuation + 투자금액

예를 들어 Pre-money 100억, 투자금 20억이라면 Post-money는 120억이고, 투자자 지분율은 약 16.7%가 된다.

실무 포인트: Pre-money 밸류에이션 협상에서 창업자들이 놓치는 게 있다. Pre-money에 스톡옵션 풀(ESOP, Employee Stock Option Pool)이 포함되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창업자 실질 희석율이 달라진다. VC는 보통 투자 전(Pre-money) 기준으로 ESOP 풀을 만들도록 요구한다. 예를 들어 10% ESOP 풀을 Pre-money에 포함시키면, 그 희석 부담이 투자자가 아닌 기존 주주(창업자)에게 돌아간다. 이 점을 모르고 밸류에이션 숫자만 보는 경우가 많다.


2. 우선주와 전환권 (Preferred Stock & Conversion Rights)

VC는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Preferred Stock)로 투자한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여러 가지 우선적 권리를 가진다.

전환권(Conversion Rights):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다. IPO나 M&A 시점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한다. 전환 비율은 초기에는 1:1이지만, 이후 구조 조정이 있으면 Anti-dilution 조항에 따라 달라진다.

의무전환(Mandatory Conversion): 일정 조건(보통 IPO)이 충족되면 우선주가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IPO 요건으로 통상 “일정 규모 이상의 공모(예: 미화 5,000만 달러 이상)”가 설정된다.


3. 우선청산권 (Liquidation Preference)

창업자가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조항이다. M&A나 청산 시 누가 먼저 얼마를 받는지를 결정한다.

구조의 종류

Non-participating (비참여적 우선청산권): 투자자가 투자원금(또는 일정 배수)을 먼저 회수하거나, 전환 후 보통주 기준으로 비례 배분을 받는 것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한다. 상대적으로 창업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Participating (참여적 우선청산권): 투자자가 투자원금을 먼저 회수한 뒤, 잔여 자산 배분에도 보통주 주주와 함께 참여한다. 이중으로 챙기는 구조라 창업자에게 불리하다. “Full Participating Preferred”라고 부르기도 한다.

Cap이 있는 Participating: 참여적 우선청산권이지만, 총 회수액에 상한선(Cap)을 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투자원금의 3배까지만 참여 배분을 허용하는 식이다.

배수(Multiple) 설정

우선청산권은 보통 1x(투자원금 기준)로 설정되지만, 2x, 3x처럼 배수가 높아질 수 있다. 2x라면 투자자가 투자원금의 2배를 먼저 챙겨간다.

실무 예시: 투자금 50억에 2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를 넣은 경우, 회사를 200억에 매각하면 투자자가 먼저 100억(50억×2배)을 가져간 뒤 나머지 100억을 지분율대로 나눈다. 창업자가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최종 수령액은 80억이다. 반면 같은 구조에서 1x Non-participating이라면 투자자가 50억을 먼저 가져가거나 전환해 지분 비율대로 40억만 받는 것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하고, 창업자에게 남는 금액이 훨씬 많아진다. 같은 200억 매각이라도 조항 하나로 창업자 수령액이 수십억 차이 난다.


4. 반희석 조항 (Anti-dilution)

이후 라운드에서 현재 투자 가격보다 낮은 가격(Down Round)으로 신주가 발행될 경우, VC의 전환 비율을 조정해 희석을 방지하는 조항이다.

두 가지 방식

Full Ratchet (완전 조정): 다운라운드 발행 주식이 단 1주라도 나오면,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이 새 발행가격으로 전면 조정된다. 창업자에게 가장 불리한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드물게 존재하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Weighted Average (가중평균 조정): 발행된 신주 수량과 가격을 가중평균해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Broad-Based(전체 완전 희석 기준으로 분모 계산)와 Narrow-Based(발행주식 기준으로만 분모 계산) 두 종류가 있다. Broad-Based가 창업자에게 유리하고, Narrow-Based는 불리하다.

실무 포인트: 초기 투자 이후 회사가 목표치에 미달해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후속 투자를 받을 때 Anti-dilution 조항이 발동되면, 창업자 지분이 크게 희석된다. 특히 Participating + Full Ratchet 조합은 창업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가능하면 Weighted Average Broad-Based로 협상하는 것이 좋다.


5. 리픽싱 (Refixing) — 국내 특화 조항

Anti-dilution과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국내 VC 투자에서 훨씬 빈번하게 등장하는 조항이 리픽싱(Refixing)이다. 이 조항은 해외 텀시트에는 거의 없고 한국 시장 특유의 조건이다.

리픽싱은 미래 특정 시점(예: 투자 후 3년)에 회사가 약정한 밸류에이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또는 지분율)을 재조정하는 조항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투자할 때 약속한 성과가 안 나오면, 우리 지분을 소급해서 더 올려준다”는 구조다.

국내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리픽싱 조건 예시:

  • “투자 후 3년 내 매출 OO억 원 미달 시 투자자 지분율을 XX%로 상향 조정”
  • “IPO 미달성 시 전환가액을 최초 투자가액의 YY%로 하향 조정”

리픽싱이 발동되면 신주를 추가 발행하거나 전환 비율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지분이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와 기존 주주의 지분이 상당폭 희석될 수 있다.

창업자 주의사항: 리픽싱 조항이 있다면 발동 조건을 최대한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과도하게 공격적인 성과 지표에 합의하면 나중에 회사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리픽싱이 발동돼 경영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리픽싱 발동 시 최대 희석 한도(Cap)를 명시하는 것도 중요한 협상 포인트다.


6.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Board Composition & Voting Rights)

투자자는 이사회 참여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권리를 요구한다. 텀시트에는 이사회 구성(창업자 추천 이사 수 vs. 투자자 추천 이사 수)과 중요 안건의 의결 요건이 명시된다.

거부권(Veto Rights) / 특별 결의 조항: VC는 특정 안건에 대해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도록 거부권을 설정한다. 주요 항목으로는 다음이 포함된다.

  • 정관 변경
  • 신주 발행 (추가 투자 유치)
  • 배당 지급
  • M&A, 영업양도, 합병
  • 주요 자산 처분
  • 창업자·경영진 급여 변경
  • 관련 회사 설립 또는 투자
  • 일정 금액 이상의 차입

이 목록이 길수록 창업자의 경영 자율성이 줄어든다. 거부권 행사 대상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창업자에게 유리하다. 일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거부권 목록에 포함되지 않도록 협상해야 한다.


7. 상환전환우선주 (RCPS) — 국내에서 가장 흔한 투자 수단

해외에서는 전환우선주(CPS)가 일반적이지만, 국내 VC 투자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RCPS는 전환권(우선주→보통주 전환)과 상환권(투자원금 회수 청구)을 동시에 가진 주식이다.

상환권(Redemption Right): 일정 기간(보통 투자 후 3~5년) 이후 투자자가 회사에 원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가 상환을 거부하거나 자금이 없으면 기한이익상실(EOD)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상환권이 텀시트에 있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이 회사가 Exit에 실패하면 원금은 돌려받겠다”는 안전장치를 달아두는 셈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일정 시점이 되면 회사에 갑자기 대규모 상환 압박이 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회계기준(IFRS) 이슈: RCPS는 IFRS 기준에서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차대조표상 부채비율이 급등해 IPO 심사나 금융기관 여신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상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RCPS의 회계 처리 방식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8. Pay-to-Play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기존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율에 비례해 참여(투자)하지 않으면, 보유한 우선주의 일부 또는 전부가 보통주로 강제 전환되거나 특정 권리가 박탈되는 조항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가 초기에 투자했으니 후속 라운드에서 무임승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하는 효과가 있고,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투자자들이 계속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창업자 입장에서 Pay-to-Play는 양날의 검이다. 후속 라운드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어, 회사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된다. 반면 기존 투자자가 Pay-to-Play에 응하지 못해 우선주 권리를 잃게 되면 주주 구조가 복잡해진다.


9. 우선매수권 (Right of First Refusal, ROFR)과 동반매도권 (Co-sale Right)

우선매수권(ROFR): 창업자가 자신의 주식을 제3자에게 팔려고 할 때,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를 VC에게 부여하는 조항이다. 창업자가 지분을 외부에 매각해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을 막는다.

동반매도권(Co-sale Right / Tag-along): 창업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팔 때, VC도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다. 창업자만 좋은 조건에 Exit하고 VC를 남겨두는 상황을 방지한다.


10. 드래그얼롱 (Drag-along)

전체 매각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수 주주가 원하면 소수 주주를 강제로 함께 매각하게 만드는 조항이다. M&A에서 전량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인수자가 있을 때 소수 주주의 비협조로 딜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다.

창업자 주의사항: 드래그얼롱이 발동되는 조건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VC가 과반 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드래그얼롱이 발동되면, 창업자 의지와 무관하게 회사가 매각될 수 있다. 발동 요건(찬성 지분율 기준), 발동 제한 기간, 최소 매각 가격 등을 협상 조건으로 넣는 것이 중요하다.


11. 록업과 베스팅 (Lock-up & Vesting)

창업자 베스팅(Founder Vesting): 창업자가 회사를 일정 기간 운영해야 주식에 대한 권리가 완전히 확보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4년 베스팅에 1년 클리프(Cliff)라면, 1년이 지나야 25%가 확정되고 이후 매달 추가 확정된다. 창업자가 초기에 떠나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VC가 창업자 베스팅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든 회사의 주식에 조건이 붙는다는 것이 당혹스럽지만, 공동창업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나쁜 구조는 아니다. 단, 베스팅 기간과 클리프 설정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Lock-up: IPO 후 일정 기간(통상 6~12개월) 주식을 팔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항이다.


12. 정보 접근권과 검사권 (Information Rights & Inspection Rights)

VC는 투자 이후에도 회사의 경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권리를 요구한다.

  • 월별·분기별 재무제표 제공
  • 연간 감사 재무제표 제공
  • 사업계획 및 예산 공유
  • 필요 시 회사 장부 및 시설 열람

이 조항 자체는 합리적이다. 다만 제공 주기와 형식이 지나치게 상세하고 빈번하면 창업자에게 행정 부담이 된다.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서 월간 감사 수준의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는 과도하다.


13. 독점 협상권 (Exclusivity)

텀시트를 받은 창업자가 일정 기간(보통 30~60일) 동안 다른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항이다. VC 입장에서는 실사와 계약 협상에 투자하는 시간 동안 다른 투자자에게 딜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장치다.

창업자 주의사항: 독점 기간이 길면 협상력이 약해진다.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어버리는 동안 독점 기간만 길어지고, 결국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독점 기간은 최대한 짧게(30일 이내) 잡고, 이 기간 내에 모든 협상을 완료할 수 있는 일정을 미리 합의해두는 것이 좋다.


국내 텀시트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항목

해외 텀시트 가이드에서는 잘 다루지 않지만, 국내 거래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조항들이 있다.

창업자 연대보증: 과거에는 VC 투자계약에서 창업자 개인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에는 많이 줄었지만, 일부 투자자나 대출성 투자 구조에서 여전히 등장한다. 연대보증이 있다면 회사가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창업자 개인 재산까지 책임져야 한다.

공동매도청구권(Drag-along)과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의 혼용: 국내 계약서에서 두 조항의 명칭이 혼용되거나 내용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어떤 방향의 권리인지 — 투자자가 창업자를 강제 매각시키는 건지, 창업자가 팔 때 투자자도 함께 팔 수 있는 건지 — 를 내용으로 확인해야 한다.

사전동의권(Prior Consent) 목록의 범위: 국내 투자계약에서는 미국 방식의 Protective Provision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사전동의권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핵심 임원 선임, 해외 법인 설립, 자회사 주식 처분까지 사전동의 항목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일상적 경영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목록을 좁히는 협상이 필요하다.


텀시트 조항별 협상 포인트 요약

조항창업자에게 유리한 구조피해야 할 구조
우선청산권1x Non-participating2x 이상 Participating
Anti-dilutionWeighted Average Broad-BasedFull Ratchet
리픽싱달성 가능한 지표 + 희석 한도 Cap공격적 성과 지표 + Cap 없음
RCPS 상환권상환 청구 기간 최대한 길게투자 후 3년 이내 단기 상환
이사회 구성창업자 과반 또는 동수투자자 과반
Pay-to-Play있는 편이 창업자에게 유리없으면 기존 투자자 무임승차 가능
드래그얼롱높은 찬성 요건 + 최소가격 보호낮은 발동 요건
창업자 베스팅3~4년 / 1년 클리프기존 지분 전체 베스팅 대상
독점 기간30일 이내60일 초과

마치며

텀시트 한 장 안에 향후 수년의 지분 구조, 경영 자율성, Exit 수익 배분이 모두 담겨 있다. 밸류에이션 숫자에 흥분한 채 나머지 조항을 흘려보면, 나중에 그 조항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뒤늦게 깨닫는 일이 생긴다.

특히 국내 텀시트는 해외 표준과 달리 리픽싱, RCPS, 광범위한 사전동의권처럼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건들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조항 하나하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동되는지를 이해하고, 불합리한 조건은 텀시트 단계에서 협상하는 것이 최선이다.

텀시트를 받았다면 반드시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풍부한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수수료를 아끼려다 조항 하나를 놓쳐 수억이 날아가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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