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F가 기업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를 추정하는 방법이라면, 상대가치 평가는 시장에서 유사한 회사들이 실제로 어떤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가치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이론보다 시장을 따라가는 접근이다.
실무에서 가치평가를 수행하다 보면 DCF보다 상대가치 평가가 협상 테이블에서 더 자주 활용되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설명이 쉽고, 시장 데이터에 기반하며, 인수자와 매각자 모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 유사 기업들이 EBITDA의 10배에 거래되고 있으니, 우리 회사도 그 수준이 맞다”는 논리는 DCF 모델의 복잡한 가정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그 단순함이 함정이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상대가치 평가의 두 축인 유사기업 비교법(Comparable Company Analysis, CCA)과 유사거래 비교법(Precedent Transaction Analysis, PTA)을 실무 관점에서 정리하고, 각각의 적용 방식과 주의사항을 다룬다.
상대가치 평가의 기본 논리
상대가치 평가의 핵심 전제는 유사한 자산은 유사한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일물일가 법칙(Law of One Price)을 기업 가치평가에 적용한 개념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평가 대상 기업과 유사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배수(Valuation Multiple)를 구하고, 이를 평가 대상 기업의 재무 지표에 적용해 가치를 산출한다.
배수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기업가치(EV) 기반 배수: EV/EBITDA, EV/EBIT, EV/Revenue, EV/EBIT(1-t) 등. 자본구조에 중립적인 배수로, M&A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지분가치(Equity Value) 기반 배수: PER(P/E), PBR(P/B), PSR(P/S) 등. 자본구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교 기업들 간 부채 수준이 유사할 때 의미 있다.
유사기업 비교법 (Comparable Company Analysis, CCA)
개념과 절차
CCA는 상장된 유사 기업들의 시장 배수를 기준으로 평가 대상 기업의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실무에서는 흔히 “Trading Comps” 또는 “Comps 분석”이라고 부른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비교 기업 선정
가장 중요하고 가장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단계다. 이상적으로는 사업 모델, 업종, 지역, 규모, 성장성, 수익성이 유사한 기업들을 선별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다음 기준을 적용한다.
- 동일 또는 인접 업종 (SIC 코드 또는 KSIC 기준)
- 유사한 매출 규모 (통상 1/3x ~ 3x 범위)
- 유사한 성장률 및 EBITDA 마진
- 유사한 사업 구조 (제조/서비스/플랫폼 등)
- 동일 지역 또는 시장 특성 유사
현실적으로 모든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는 비교 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특히 국내 비상장 중소기업을 평가할 때는 상장 비교 기업이 업종이 유사하더라도 규모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조정(Adjustment)이 필요하다.
2단계: 재무 지표 수집 및 정상화
비교 기업들의 최근 12개월 실적(LTM, Last Twelve Months) 또는 향후 12개월 예상치(NTM, Next Twelve Months)를 기준으로 EBITDA, EBIT, Revenue 등 핵심 지표를 수집한다.
여기서도 정상화(Normalize)가 필요하다. 일회성 항목, 비반복적 손익, 회계 처리 차이를 제거하고 비교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조정 EBITDA(Adjusted EBITDA)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단, Adjusted EBITDA의 조정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오히려 실제 사업 성과를 왜곡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3단계: 배수 산출 및 적용
비교 기업들의 EV를 EBITDA, EBIT, Revenue 등으로 나눠 배수를 구한다. 통상 중앙값(Median)과 평균값을 함께 제시하되, 이상치(Outlier)가 있는 경우 제외하거나 분포를 보고 참고 범위를 설정한다.
이 배수를 평가 대상 기업의 정상화된 EBITDA에 적용해 EV를 산출하고, 여기서 순부채를 차감해 지분가치를 도출한다.
유사거래 비교법 (Precedent Transaction Analysis, PTA)
CCA와의 차이
CCA가 상장 기업들의 현재 시장 거래 배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PTA는 과거에 실제로 완료된 M&A 거래 배수를 기준으로 한다. 같은 배수를 쓰지만 기준이 되는 데이터가 다르다.
PTA 배수가 CCA 배수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M&A 거래에는 경영권 프리미엄(Control Premium)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 소수 지분을 사는 것과 달리, 경영권이 이전되는 거래에서는 인수자가 통제권 확보에 대한 추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2025년 기준 글로벌 M&A EV/EBITDA 배수를 보면 PE(사모펀드) 주도 딜이 기업 인수자(Corporate Acquirer) 주도 딜보다 높은 배수를 지불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에서 PE 주도 딜의 중앙값은 12.8배, 기업 인수자 딜은 9.9배였고, 유럽에서는 각각 11.2배와 8.5배였다.
이 차이는 PE가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기자본 수익률(IRR)을 극대화하는 구조에 기반한 것과 달리, 기업 인수자는 시너지 달성 여부에 따라 가격 정당성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절차와 핵심 고려사항
PTA의 절차는 CCA와 유사하지만,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비교 거래 선정: 동일 업종 또는 유사 업종에서 완료된 M&A 거래 중, 평가 대상 기업과 유사한 규모·구조·성장성을 가진 피인수 기업의 거래를 선별한다. Bloomberg, Capital IQ, PitchBook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시점 조정: 과거 거래는 당시 시장 환경과 금리 수준을 반영한다. 2021년 저금리·유동성 과잉 시기의 거래 배수와 2023~2024년 고금리 시기의 거래 배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경우 2021년 하반기 EV/EBITDA 중앙값이 26.1배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급격히 조정을 받아 17~22배 수준으로 안정화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시점이 오래된 거래는 현재 시장 상황과 괴리가 클 수 있어 통상 최근 3~5년 이내 거래를 우선 활용한다.
거래 배경 고려: 개별 거래에는 고유한 배경이 있다. 경쟁 입찰로 가격이 급등한 거래, 전략적 시너지 프리미엄이 크게 반영된 거래, 매각 측의 급매 상황에서 낮게 거래된 케이스 등을 그대로 적용하면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 각 거래의 맥락을 이해하고 선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요 배수별 특성과 활용
EV/EBITDA
M&A 실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배수다. 자본구조(부채 수준)와 세금, 감가상각 방식의 차이를 제거하고 순수 영업 현금 창출력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업종 간 비교 가능성이 높다.
2025년 기준 글로벌 M&A EV/EBITDA 중앙값은 약 9.3배이며, IT와 헬스케어 섹터가 12~13배 수준으로 가장 높고, 에너지와 소재 섹터가 7~9배로 가장 낮다. 단, 업종 내에서도 기업 규모, 성장성, 수익성에 따라 배수 편차가 크다.
EBITDA의 한계도 있다. CAPEX가 많이 드는 자본집약적 업종(통신, 에너지 등)에서는 EBITDA가 실제 현금 창출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EV/(EBITDA-CAPEX) 또는 EV/EBIT을 병행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EV/EBIT
감가상각·상각비(D&A)를 차감한 영업이익 기준 배수다. CAPEX 수준이 다른 기업들 간의 비교에 더 적합하다. EBITDA보다 덜 쓰이지만, 설비 투자가 많은 업종에서는 의미 있는 보완 지표가 된다.
EV/Revenue
EBITDA가 마이너스이거나 의미 없는 경우(초기 성장 기업, 적자 스타트업)에 활용한다. 수익성보다 매출 규모와 성장성이 가치의 핵심인 SaaS, 플랫폼, 바이오 업종에서 주로 쓰인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2015년부터 2025년 초까지의 M&A 거래를 분석하면 EV/Revenue 중앙값이 3.0배, EV/EBITDA 중앙값이 15.2배였다. IT 서비스 기업은 각각 1.3배, 10.2배로 소프트웨어 대비 낮은 배수를 보인다. 같은 IT 업종이라도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성 구조에 따라 배수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PBR (P/B Ratio)
금융업(은행, 보험, 증권)에서 주로 사용한다. 금융사에서는 부채가 사업의 핵심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EV 개념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대신 장부상 자기자본 대비 시장가치를 나타내는 PBR이 업종 표준 배수로 쓰인다. 부동산이나 자산 보유 중심 회사에도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PER (P/E Ratio, 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배수로, 지분가치 기반 배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지표다. 주식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배수이기도 하다.
PER = 주가(또는 지분가치) / 주당순이익(EPS)
또는 기업 전체 수준에서 적용할 때:
지분가치 = 당기순이익 × PER 배수
M&A 실무에서 PER이 EV/EBITDA보다 덜 활용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분모인 당기순이익은 자본구조(이자비용)와 세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채 수준이 다른 기업들 간의 비교에서 왜곡이 생긴다. 예를 들어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동일하더라도, 차입금이 많은 회사는 이자비용이 커서 순이익이 낮고 PER이 높게 나온다. 이를 그대로 비교하면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진다.
Mauboussin & Callahan(2024)의 연구에서도 같은 회사를 P/E와 EV/EBITDA로 비교하면 배수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분석했는데, 그 핵심 원인이 자본구조, CAPEX 수준, 세율 차이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PER이 의미 있는 상황이 있다.
상장 비교 기업이 풍부한 경우: 주식 시장에서 동종 업종 상장사들의 PER이 넓게 관찰되고, 비교 대상 기업들 간 자본구조 차이가 크지 않다면 PER 비교가 유효하다.
순이익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성숙 업종: 변동성이 낮고 이익이 안정적인 소비재, 유통, 통신 등에서 PER은 간결한 비교 지표가 된다.
주식 교환(Stock-for-Stock) 방식의 M&A: 인수자가 자사 주식을 발행해 피인수 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에서는 양사의 PER 비교가 합병 비율(Exchange Ratio)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 경우 EV 기반 배수보다 지분 레벨의 PER이 더 직접적인 협상 지표가 된다.
배수 적용 시 실무 주의사항
비교 기업·거래 선정의 편향
상대가치 평가에서 가장 큰 위험은 원하는 결론에 맞는 비교군을 선별하는 것이다. 매각 측은 배수가 높게 나온 비교 기업과 거래를 들고 오고, 인수 측은 낮게 나온 것을 들고 온다. 이 비교군 선정 논쟁이 실무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된다.
방어 가능한(Defensible) 비교군을 구성하려면 선정 기준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각 비교 기업 또는 거래가 대상 기업과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 없이 숫자만 나열하는 비교 분석은 협상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LTM vs. NTM 배수
배수를 과거 실적(LTM) 기준으로 쓸지, 향후 예상치(NTM) 기준으로 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NTM EBITDA가 LTM보다 크기 때문에, NTM 기준 배수는 LTM 기준보다 낮게 나온다. 매각 측은 NTM 기준(미래 이익 성장을 반영)을 선호하고, 인수 측은 검증된 과거 실적인 LTM 기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소규모 할인 (Size Discount)
비교 기업이 평가 대상보다 규모가 크다면 배수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Duff & Phelps(현 Kroll)와 관련 학술 연구들은 기업가치 5,000만 달러 미만의 소규모 기업에는 대형 상장사 대비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제시한다. 이는 배수 측면에서 소규모 할인으로 나타난다. 국내 중소기업 평가에서 이 소규모 할인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으면 가치가 과대평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순환 논리의 함정
상대가치 평가는 “시장이 맞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시장 전체가 과열되어 배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시기에는 비교 배수 자체가 왜곡된다. 2021년 유동성 장세에서 형성된 배수를 2023~2024년에 그대로 적용하면 평가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진다. 배수가 역사적 평균 대비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Football Field Chart: 복수 방법론의 통합
실무에서 상대가치 평가는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다. DCF와 함께 제시하고, CCA와 PTA를 병행하는 것이 표준 접근이다. 각 방법론이 도출한 가치 범위를 가로 막대 형태로 나열한 Football Field Chart는 협상 자료의 핵심 시각화 도구다.
아래는 전형적인 Football Field Chart의 구조다.
| 평가 방법 | 가치 범위 |
|---|---|
| DCF | 380억 ~ 560억 |
| CCA (EV/EBITDA) | 420억 ~ 500억 |
| PTA (EV/EBITDA) | 450억 ~ 550억 |
| CCA (EV/Revenue) | 350억 ~ 480억 |
각 방법론이 겹치는 구간이 협상의 실질적 가격 대역이 된다. 방법론들이 일치하는 범위가 넓을수록 평가의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있고, 편차가 클 경우 어떤 방법론이 왜 다르게 나오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며
상대가치 평가는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평가 방법이다. 그러나 비교 기업 선정, 배수 조정, 정상화 EBITDA 결정이라는 세 가지 판단 과정에서 분석가의 주관이 개입된다. 이 주관을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협상에서 배수 논쟁을 이겨낼 수 있다.
상대방이 높은 배수를 들고 올 때 “그 비교 기업이 우리 회사와 정말 유사하냐”를 따지는 것, 낮은 배수를 들고 올 때 “그 거래 시점의 시장 환경이 현재와 같냐”를 물을 수 있는 것 — 이것이 상대가치 평가를 실무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References
- Damodaran, A. (2012). Investment Valuation: Tools and Techniques for Determining the Value of Any Asset (3rd ed.). Wiley Finance. — 상대가치 평가의 이론적 기반 및 배수 방법론
- Damodaran, A. (2025, January). Enterprise Value Multiples by Sector. NYU Stern School of Business.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 — 업종별 EV 배수 데이터 (2025년 최신)
- Pratt, S. P. (2009). Business Valuation Discounts and Premiums (2nd ed.). Wiley. — DLOM, DLOC 이론 및 실증 연구
- Mauboussin, M. J., & Callahan, D. (2024, January). Valuation Multiples: A Primer. Counterpoint Global Insights, Morgan Stanley Investment Management. — EV/EBITDA와 P/E 배수의 구조적 차이 분석
- CLFI. (2025, September). M&A EV/EBITDA Multiples 2025: PE vs Corporate by Sector. https://clfi.co.uk/insights/ma-ev-ebitda-multiples-2025-pe-vs-corporate/ — 2025년 PE vs. 기업 인수자 배수 비교 데이터
- Aventis Advisors. (2026, January). Software Valuation Multiples: 2015–2025. https://aventis-advisors.com/software-valuation-multiples/ — 소프트웨어·IT 업종 M&A 배수 추이 분석
- Sofer Advisors. (2025). EBITDA Multiple for Business Valuation by Industry. https://soferadvisors.com — 중소기업 업종별 EBITDA 배수 및 소규모 할인 논의
- Trout CPA. (2021). Demystifying Valuation Methodologies: Comparable Company Multiple Analysis. https://www.troutcpa.com — CCA·PTA 실무 적용 사례